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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나는 눈빛

· 댓글개 · 바다야크

어제, 저녁을 먹으면서 찬이 없다며 걱정하는 아내에게, 그러면 총각김치를 만들어 달라고 했습니다. 제가 총각김치를 좋아하거든요. 아작아작 씹히는 소리부터 맛있지 않습니까? 내일. 즉, 오늘은 바빠서 안 된다며 식사 후에 시장에 가자고 하네요.

8시 반이면 늦은 시간이고 비도 내리지만 터털거리는 손수레를 끌고 시장에 갔습니다. 가까운 곳에 재래식 시장이 있어서 주전부리 생각이 날 때도 가끔 갑니다. 어디서 살까 기웃거리다가 길 한쪽에 채소를 펼쳐놓고 파는 아저씨가 있어서 그 앞에서 서성거렸습니다.

늦은 시간이라 피곤하셨는지 무덤덤한 얼굴에 약간은 흐릿한 눈빛으로 엉덩이만 살짝 올리고, 고개만 빼고는 뭘 찾느냐고 하시더군요. 알타리무우를 찾는다고 하면서 가격을 물어보았는데, 그제야 몸이 무겁다는 듯 힘들게 걸어오면서 가격을 얘기해 주더군요. 만원에 5단이지만 떨이로 6단을 주겠답니다. 이런 흥정이 있어서 재래시장을 찾는지 모르겠습니다. ^^

알타리무우뿐만 아니라 쪽파와 마늘, 오이를 추가로 구매할 때마다 아저씨 얼굴이 조금씩 펴지더군요. 저야 손수레에 차곡차곡 담기만 했습니다만 집사람과 아저씨의 가격 흥정하는 모습에 발길이 멈추었는지, 아니면 그냥 발이 멈추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지나가던 아줌마가 열무 한 단을 짚으면서 가격을 물었습니다. 그리도 또 다른 한 분이 양파 한 단을 달라고 하더군요.

아저씨는 마늘을 집사람에게 주기 위해 마늘 줄기에서 마늘만 자르고 있었는데, 가격을 불러 주면서 연신 잠시만요, 잠시만요 하시더군요. 그리고 마늘을 들고 내게로 왔는데, 몸만 올뿐 얼굴은 이미 다른 아줌마를 보면서 다시 가격을 불러 주더군요.

그때 그 아저씨의 눈빛은 순간 매우 신명이 난다는 그런 눈빛이었습니다. 참으로 오랜만에 보는 눈빛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오늘은 영 신통치 않다는 표정이었는데, 이제는 약간 정신이 없어 보이듯 부산을 떨면서 눈빛이 반짝거리는 군요.

장사하는 분께 뭐 있겠습니까? 장사가 잘 되는 것이 최고 아니겠습니다. 맨날 답답한 소식만 접하다가 아저씨의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고 저에게도, 이 글을 보시는 분께도 신명나는 일이 생기기를 바라면서 글을 올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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