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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

· 댓글개 · 바다야크

저는 삼국지를 좋아합니다. 같은 책을 반복해서 읽는데도, 읽을 때마다 눈에 띄는 대목이나 느낌이 다를 때가 있습니다. 처음에는 몰랐는데 두 번째인가 세 번째 읽었을 때, 유비가 한중왕에 올라 관우, 장비, 조운, 마초, 황충을 오호대장으로 올리고, 다른 충신들을 하나하나 관직을 높여 주면서 나라의 기틀을 다지는 부분은, 책이 훤하게 보일 정도로 제 일처럼 즐거웠습니다. 이상하죠? 처음 읽었을 때는 별 느낌이 없었는데 말이죠. 그러나 다음에 다시 읽었을 때에는 별다른 감흥이 없었습니다.
 
천자를 끼고 세상에 무서울 것이 없던 조조가 자기 사람이 되어 달라고 그렇게 집요하게 요구했지만, 모든 유혹을 뿌리치고 집 한 칸 없는 유비를 찾아 나서는 관우를 보면서, 왜 중국인들이 관우를 좋아하고 따르는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배신과 배반으로 찌든 세상에, 약육강식의 속세에서 관우는 이루 말할 수 없는 매력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 부분도 다섯 번, 여섯 번 읽다 보면 느끼는 감동이 처음만치는 못합니다.

삼국지의 재미는 역시 적벽대전부터죠. 초한지도 읽어 보았습니다만, 한신의 십면매복계가 항우를 잡았어도 적벽대전 만큼 가슴을 조아리게 하고 스릴있고 재미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단연코 삼국지의 백미는 적벽대전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독자마다 생각이 다르겠습니다만, 제가 적벽대전을 백미로 말씀 드리는 이유는, 한 번의 싸움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 영웅들의 두뇌 싸움이 매우 치열하고 볼만하기 때문이지만, 누구보다도 제갈공명의 신출귀몰한 활약은 책을 읽는 재미가 무엇인지를 확실히 알려 줍니다.

제갈공명은 삼고초려에서 오장원에까지 모든 곳에서 활약이 대단했지만, 특히 오 나라의 중신들과 논쟁하는 제목은 언제 읽어도 재미있습니다. 열 번 이상 삼국지를 읽었어도 이 대목은 이상하게 통쾌합니다.

왜 이 부분이 재미 있을까 생각해 보면, 제갈공명의 천재성을 제대로 보여 주기도 하지만, 제갈공명과 오 나라에서 내로라하는 중신들과의 언쟁은 그저 말싸움이 아니라 장이야 멍이야 하듯, 상대방의 집요하고 빈틈이 없을 것 같은 공격에도 한치의 흐트러짐 없이 받아 내면서도 오히려 공격하는 재갈공명의 깔끔한 언변과 화술이 돋보이기 때문입니다.

제갈공명이 오 나라의 천재들을 혼자서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비단 타고난 천재성만은 아닙니다. 미리 상대에 대한 철두철미한 분석과 만반의 자료를 준비해서, 상대가 공격해 오면 바로 받아 치는 것이 아니라, 이 사람은 누구이고 성격은 어떻고, 그래서 지금 나에게 어떤 쪽으로 이끌려는지 파악해서, 상대를 공략하는 방법을 제대로 선택하고 반격해서, 상대로 하여금 긍정할 수 밖에 없게 하여 꿀 먹은 벙어리로 만들어 버립니다.

어제 100분 토론을 보고 옛 이야기를 다시 들춥니다만 장기도 장이야, 멍이야 해야 재미가 있지 서로 등 돌리고 제 돌만 움직인다면 무슨 재미가 있겠습니까. 하물며 토론이겠습니까. 어제 토론은 시장의 장기판만도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잘못된 것을 뻔히 알면서도 이렇게 저렇게 돌리면서 그럴 듯하게 포장하고 기만하는 뻔뻔한 사람이나, 자기 생각으로만 꽉 차있어서 더 이상 다른 사람의 생각을 담을 수 없고, 대부분의 사람은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 자기만 이상하게 바라보면서 자기만 옳다는 비 정상적인 사람, 언변이 없으면 자료라도 충분히 준비하던가, 이마저도 못하면서 자기 감정조차 추스르지 못하는 한심한 사람을 보면서 구들장을 깰 뻔했습니다.

에효~ 졸리지나 않게 방송시간이나 땡기던지..... 으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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