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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를 사려다가 마음만 상하다

· 댓글개 · 바다야크

결혼하기 전부터 유부남 소리를 들을 정도로 제가 제 나이보다 나이 들어 보이는 편입니다. 다크 써클 때문인지 총각 때부터 아저씨라는 말을 일찍부터 들었는데, 이제 나이 먹어서는 앞머리까지 훵하다 보니 더 늙어 보이네요. 인물도 없어서 그 흔한 잘 생겼다는 말은 들어 본적이 없고, 대신에 인상 좋다는 말은 신물이 나도록 들었습니다. 인상 좋다는 말이 반드시 칭찬이 아닌 경우도 많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잘 알고 있습니다.

모자 어떨까?

퇴근하는 전철에서 창문으로 비친 저의 모습을 보니 더욱 나이 들어 보이네요. 머리 숱이 많으면 그나마 좀 괜찮을 것 같은데, 그래서 탈모에 신경을 써 보았지만 별로 효과를 못 보았습니다. 그래서 감추기로 했습니다. 모자를 사기로 결심한 것이죠. 평소에 반 정장을 하고 다니므로 헌팅캡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또 언젠가 길에서 헌팅캡을 멋지게 쓰고 지나가는 분을 본 적이 있어서 솔직히 그 영향도 컸습니다.

동대문 시장으로

인터넷으로 구매할까 했지만, 직접 써 보지 않고 사기에는 자신이 없어서 아내가 아이들 옷을 사러 나갈 때 따라 가보았습니다. 그러나 모자만 따로 판매하는 곳이 없네요. 그래서 트위터에 질문을 올렸습니다. 역시 트위터. 여러 곳을 알려 주셨는데, 홍대와 동대문 시장이었습니다. 홍대는 길을 모르고 만만한 것이 동대문 시장이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한 달이 지났습니다. 오늘 시내에 일이 있어서 일을 마치고 일부러 돌고 돌아 동대문 시장으로 갔습니다. 그런데 옷을 사러 돌아 다녀 봤어야지요. 어디로 가야하나? 다행히 근처 식당 아주머니께 여쭈었더니 1층으로 가 보랍니다. 좁은 복도가 무척 길었습니다. 그리고 좌우로 모자 가게가 심심치 않게 있더군요.

없습니다.

걸어 가면서 마음에 드는 모자를 찾아 보았는데, 건물 두 개를 모두 지나가도 도대체 모르겠더군요. 돌아 서서 다시 걷기 시작했습니다. 헌팅캡이 제일 많은 가게를 기억하고 그 앞으로 갔습니다. 가게 주인으로 보이는 분이 책상에 고개를 숙인 채 뭔가에 열심히 집중하고 있었습니다.

용기 내어 들어 갔습니다. 그리고 저에게 맞는 모자를 찾으려고 열심히 두리번 거렸습니다. 그제서야 가게 주인은 제 얼굴을 잠시 흘깃 보더니 이내 책상으로 고개를 돌리면서 무덤덤하게 뭘 찾느냐고 물어 보더군요.

"헌팅캡을 찾습니다. 모자가 처음이라 좀 골라 주시면 안 될까요?
 제가 얼굴이 동그랗고 큰 편이라서요."

가게 주인의 대답은 매우 짧았습니다.

"없어요."

"네?"

순간 당황해서 저도 모르게 다시 물어 보았습니다.

"저에게 어울리는 모자가 없나요?"

가게 주인은 고개를 들고 저를 보았지만, 역시 짧게 대답하더군요.

"없습니다. 어떤 모자를 써도 맵시 나기 힘들어요."

민망해서 넉살 좋게 웃으면서 "알겠습니다" 대답까지 하고  나왔습니다만, 기분이 매우 상했습니다. 가까운 거리에 버스 정류장이 있었습니다만, 기분이 풀리지 않아 한 정거장 더 걷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두 정거장을 걷고 나니 풀리더군요.

정말 좋은 인상을 가지도록 노력하기로 결심

비록 마음에 드는 모자를 구입하지 못해 아쉽지만, 대신에 정말 좋은 인상을 가지는 쪽으로 결심을 바꾸었습니다. 그래서 빈말이 아닌 진심으로 인상이 좋다는 말을 듣도록 말이죠. 그럴려면 화(火) 나는 일이 없어야 하는데, 그래서 좋은 인상이 자꾸 겹쳐 져서 얼굴에 조금씩 쌓아져야 하는데, 자신이 없네요.

그래도 제  딸아이가, 아빠는 해적처럼 동그랗게 수건을 둘러 맨 것이 귀엽다고 해준 말로 위안을 삼으로 합니다. 다시 물어 보니 멋지답니다. 정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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