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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몰입하게 만든 무한도전

· 댓글개 · 바다야크

아무 생각없이 무한도전을 보다

모처럼 아이들과 저녁 밥상에 모였습니다. 아직 식사가 준비 중이어서 아내만 부엌에서 부산했고, 아이들과 저는 TV를 보고 있었습니다. TV에서는 무한도전이 방영 중이었는데, 상황 설정이 어설퍼 보이고 좀 억지스러운 모습도 있어서 재미가 없었습니다. 무료했지만, 아이들이 열심히 보고 있어서 다른 채널로 돌리지 못하고 무심히 보게 었습니다.

몰디브와 북극

유재석, 하하, 노홍철은 몰디브의 호텔로 장식한 곳에 도착했다고 하고 박명수, 정준하, 김형돈은 북극으로 꾸민 얼음 방에 있었습니다. 더운 쪽이 참지 못하고 에어컨을 켰는데, 그 에어컨의 실외기가 얼음 방에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실외기가 얼음 방에 설치되어 있으니 그 더운 바람에 얼음이 녹을 수밖에 없었지요. 얼음이 녹는다고 북극팀은 몰디브팀에 항의했고, 녹은 얼음물이 몰디브팀의 방에 흘러들어 가자 이번에는 몰디브팀이 북극팀에 항의 전화했습니다.

저는 이 과장이 좀 짜증 났습니다. 이런 상황 개그로 행동이나 표정으로 억지 웃음을 요구하는 것인가 했었던 것이죠. 사실, 회사 일이 몰려서 집에까지 가지고 와서 처리하던 중이라 신경이 좀 날카롭기는 했었습니다. 그러나 나비효과를 보여주기 시작하면서 저의 경솔함이 무안할 정도가 되었습니다.

나비효과

아무것도 모르고 나비효과를 만들던 길. 아무 생각 없이 행동하는 길 때문에 얼음방은 더욱 빠르게 녹아 내렸고, 저와 아이들은 안타까운 마음에 무한도전에 더욱 빠져 들었습니다. TV를 보다가 딸 아이가 벌떡 일어서더니 제 방의 불을 끄더군요. 챙피하게도 밥만 먹고 돌아 온다는 생각에 컴퓨터는 그대로 켜놓았으니 방의 불은 당연 끄지 않고 나왔던 것이죠.

나라를 포기한 투발루

이렇게 빠져 드는 것은 아마도 무한도전 속에서 지구를 보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북극은 녹아 내리고 몰디브는 물속으로 가라앉습니다. 실제로도 온난화 현상으로 인해 해수면 상승으로 몰디브가 물에 잠길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투발루라는 섬나라는 2001년에 이미 국토 포기를 선언했고, 2060년이 되면 아예 사라진다고 하죠. 매우 안타까운 일입니다.

물에 잠기는 나라

무한도전을 보면서 안타까운 생각이 드는 것은 지구 온난화 문제에 대해 알고 있고, 내심 우려하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나 2001년에 나라를 포기한 곳도 있는데, 과연 저는 지구 환경을 위해 얼마나 신경을 쓰며 살아 왔는지에 대해서는 매우 부끄럽습니다. 지구 자원을 매우 풍족하게 사용하는 것이 습관이 되었습니다. 아마도 내가 살고 있는 곳이 녹아내리지 않고 물에 잠기는 것을 못 보았기 때문에 그 심각성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겠습니다만, 이번 무한도전으로 해서 전혀 남의 얘기가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화재의 기억

저의 처가가 의정부와 가까운 곳으로 산길에 인접한 한적한 곳에 있었습니다. 대문 쪽은 주택가였지만, 그나마 멀찌감치 떨어져 있었고, 뒤쪽은 얕은 산이었습니다. 마당에서 바라보면 얕은 산이 언덕처럼 보였는데, 가을로 접어 들던 어느 날 모처럼 찾아 뵙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나가 무심코 언덕 위를 보니 뭔가 좀 이상하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유심히 보니 불이 났네요. 잠시 후에 연기가 집 안으로 거침없이 밀려들어 오는데, 얼마나 놀랐는지 불이 집으로 들어오면 큰일이다 싶어 삽을 들고 냅다 언덕 위로 뛰어 올라 갔습니다.

연기가 자욱해서 앞이 잘 안 보였는데, 어디서 오셨는지 남자 대여섯 분이 열심히 불을 끄고 있었습니다. 소방관 복장은 아니었지만, 불 끄는 모습이 매우 침착하고 능숙했습니다. 나중에 나누는 얘기를 들어 보면 인근 주민은 아닌 것 같았는데, 통성명할 새도 없어서 정신없이 불을 껐습니다. 물을 퍼 나를 수가 없어서 삽으로만 불을 잡아야 했는데, 처음 보는 불길이라 겁이 났지만, 불을 꺼야 한다는 생각 밖에 없었습니다. 다행히 큰 나무가 없어서 두어 시간에 불을 잡았습니다.

구경만하는 사람들

불을 껐지만, 안심이 안 되었습니다. 여기저기 흙으로 덮은 곳에서는 아직 흰 연기가 피어오르기 때문입니다. 그 남자분들과 인사를 나누지도 못했습니다. 흰 연기를 뿜어 내는 곳을 발로 밟으면서 그분들의 말씀을 들어 보니 불의 시작은 언덕 너머 주택가 때문일지 모른다고 했습니다. 그 말에 그쪽을 내려다 보았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불을 끄려 고생하고 있는데, 이런 모습을 보면서도 도와줄 생각은 안하고 팔짱 끼고 구경만 하던 그곳 사람들을 불편하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편치 못한 시선으로 바라 보았는데, 얘기인즉슨, 몇몇 집에서 작은 소각장을 만들고 쓰레기를 직접 태워 없앤다는 것입니다. 쓰레기를 태우다 보면 불씨가 날릴 수 있는데, 이번처럼 화재가 날 수 있다는 것이죠.

남의 일?

그분들은 그것이 습관이 되고 일상이 되었을 것입니다. 아마 쓰레기를 태우면 그 불씨로 불이 날 수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알고 있으면서도 소각장을 계속 이용하는 것은 불로 고생한 적이 없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더욱 심한 것은 불이 났는데, 자기 쪽이 아니라 반대쪽으로 넘어가니 자기 일도 아니라고 구경쯤으로 생각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무한도전이 말하는 지구 온난화 문제는 결코 남의 일이 아닐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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