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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고비를 넘기고 금주 귀족이 되다

· 댓글개 · 바다야크

역시 연말이 되니 술자리가 많네요. 다행히 술을 권하는 문화가 많이 달라져서 금주 결심을 잘 지켜 왔습니다. 그러나 올해 겨우 일주일 남겨 놓았는데도 위험한 고비가 몇 번 더 있습니다. 걱정되지만, 가장 위험한 고비를 잘 넘겼기 때문에 자신이 있습니다.

가장 위험한 고비는 바로 며칠 전에 갖은 옛 직장 동료와의 모임이었는데, 몇 년을 같이 지내면서 몸 고생, 마음 고생을 함께 하다 보니 자연스레 호형호제하게 된 진심으로 존경하는 형님과 친동생처럼 따르는 후배와의 자리이다 보니 언제나 그랬지만, 매우 화기애해한 자리라서 긴장이 풀리고 술자리 기분에 과감히(?) 금주 결심을 내동댕이 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모임 자리로 가는 전철 안에서 금주 결심을 걱정했습니다. 거의 1년만에 만나는데, 내가 술을 안 하면 형님께서 많이 섭섭해하실텐데하며 지례짐작으로 걱정했던 것이죠.

형님과 저와의 술자리는 남다른 면이 있습니다. 일할 사람이 없어서, 거기다가 날짜까지 촉박해서 항상 무리하게 일을 진행했는데, 일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면 변변찮은 안주에 소주로 피로와 시름을 달랬습니다. 월급도 제대로 받은 적이 손에 꼽을 정도여서 아이를 키우는 가장(家長)으로서 매우 힘들었을 때도 역시 회사 근처 좁은 술집에서 작은 소주잔을 주고 받으면서 잠시 걱정을 잊곤 했습니다.

술자리에서 주고 받은 대화를 모두 기억해 낼 수는 없지만, 아마도 대부분 힘들고 어렵다는 얘기와 앞으로 어떻게 해야 좋을지 불안해 하는 걱정을 되새김질했을 것입니다. 비록 결론은 매번 조금만 참자였지만, 그리고 항상 똑같은 말을 주고 받았지만, 형님과의 술자리 때문에 그 어려운 시기를 이겨낼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형님과 저는 각기 다른 회사로 옮겨서 자주 만나지는 못했지만, 가끔 만나는 약속을 하면 당연스럽게 술자리에서 잡았고 시간 약속도 2차까지 따져서 잡았습니다.

약속 시간에 늦지 않게 도착했는데도 형님과 동생 한 명이 미리 자리 잡고 반겨 주었습니다. 형님은 아직 식사를 시키기 전이라면서 식당 아주머니를 부르셨습니다. 식당 아주머니는 주문을 받으면서 마지막에 술을 뭐로 하겠냐고 묻더군요. 형님과 저는 항상 소주를 마셨기 때문에 확인할 필요가 없었지만, 오랜만에 만나서인지 저에게 어떤 것이 좋을까 물어보듯이 저를 쳐다 보셨습니다. 그 눈빛을 보고 기다렸다는 듯이 술을 끊었다고 말씀드리면서 형님 좋아하시는 것으로 시키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우리 착한 형님. 제가 건강 때문이라고 하니 더 묻지 않고 제 걱정을 하실 뿐 서운해하지 않으시네요. 잠시 후에 동생이 한 명 더 왔지만, 동생들은 술을 잘 못하기 때문에 죄송하게도 술을 따라 드리기만 해야 했는데, 섭섭해 하시기는 커녕 금주 결심을 잘했다고 오히려 칭찬해 주셨습니다. 제가 술을 마시지 않으니 형님 혼자 술을 비우셨는데, 저도 술을 좋아해서 알지만, 역시 술은 주거니 받거니 해야 제맛이거든요. 매우 죄송했지만, 그러나 그런 형님과의 자리였기 때문에 금주를 더욱 지키려고 조심했습니다. 제가 진심으로 존경하는 형님이기 때문에 금주 결심을 존경하는 형님때문에 실패했다고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혼자 술을 드셨지만, 형님은 늦은 시간까지 평소처럼 즐겁게 수다를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착한 형님 덕분에 금주 이상무. 귀족이 되었습니다. ^^

다시 느끼지만, 담배 없으면 무슨 재미로 사나 했습니다. 술이 없으면 무슨 흥으로 지내나 했습니다만, 담배 없이도, 특히 술 없이도 매우 즐거울 수 있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 날 아침. 가볍게 일어나니 매우 좋군요. 평소처럼 늦은 시간까지 술을 마셨다면 다음 날 아침 얼마나 힘이 듭니까? 더욱이 주말도 아니고 평일이라 출근길이 매우 괴로웠겠지만, 이번은 달랐습니다. 평소처럼 일어나서 어제의 즐거운 시간을 상기하면서 가벼운 몸으로 출근했습니다.

너무 과음하지 마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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