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는 왜 목소리가 클까?

2011.10.12 08:55 이런저런/수다 떨기

글 제목이 잘못되었습니다. 왜 커질까?로 해야 맞을 것 같은데, 평소 모습은 이미 커져 있어서 바꾸지 않았습니다. 갑자기 아줌마 목소리를 말씀 드리는 이유는 저녁 시간에 보았던 작은 일 때문입니다.

모처럼 모임 자리에 나갔습니다. 위치는 새로 지은 듯한 고층 빌딩이었는데, 다양한 식당과 가게가 빼곡하더군요. 거기서 맛있는 식사를 즐기면서 즐거운 모임을 가졌습니다. 모임이 끝나고 1층에 먼저 내려와서 나머지 인원을 기다렸습니다.

그때, 왠 아줌마가 한 쪽 팔에 옷인진 가득 안고 허겁지겁 들어 오네요. 그 뒤로 초등학생 1~2학년 쯤 되어 보이는 여자 아이가 울먹이면서 아빠와 함께 들어 오는데, 그 아줌마가 화장실에 들어 가려고 급히 손잡이를 돌렸습니다. 그러나 잠겼는지 열리지 않자 손잡이를 여러 번 이리저리 비틀더니 소리를 지르듯 큰 소리로 말하더군요.

"아, C8. 왜 화장실 문을 잠그구 그래!!"

뒤에 있던 남자 분이 남자 화장실 문을 열더니, 몸집은 아줌마보다 두 배는 커 보였지만, 작은 목소리로,

"여기는 열리는데..."

하며 아주머니를 쳐다 보더군요. 아줌마는 다행이다 싶은 표정이지만, 그럼 뭐하냐며 답답하다는 듯 다시 큰 소리로 얘기하더군요.

"빨리 데리고 들어가!!"

그런데 계속 징징되던 아이가 엄마를 보며 다시 울먹이네요.

"엄마, 여기는, ... "

그러니까, 여기는 남자 화장실인데 어떻게 들어가요? 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아이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아줌마는 눈을 부라리며,

"안 들어가!!"

아빠는 곧 아이를 달래서 남자 화장실로 데리고 들어가고 아줌마는 아직 못마땅하다는 듯 씩씩 거리며 계속 인상을 쓰고 서있었습니다.

제 아내가 밖에서 이렇게 큰 목소리를 사용하지 않지만, 왠지 저희와 비슷한 모습을 보는 듯해서 웃음이 나왔습니다. 웃다가 아줌마에게 들키면 민망할 것 같아서 뒤로 돌아섰죠. 저도 딸 아이를 키워봐서 공감된다고 할까요?

짧은 거리를 가는데도 화장실을 여러 번 찾습니다. 특히, 전철이 들어 올 때나 버스가 보일 때는 물론이고, 몇 정거장만 더 가면 되는데 화장실을 가야 한다고 징징거리면 어쩌나요? 화가 나도 엄마는 아이를 데리고 내려야 합니다. 그리고 곧 울것 같은 아이 손잡고 화장실을 찾아야 합니다. 전철은 그나마 좋죠. 버스 정류장은? 이 건물 저 건물 기웃하며 화장실을 찾는데 쉽지 않습니다. 사람 없는 곳에서 일을 봤으면 좋겠는데, 조그만 게 절대 못한다고 징징 거립니다. 그래도 반가운 곳이 대형 건물이라 떨어져 있어도 우는 아이를 달래서 들어 왔는데 화장실이 잠겨 있으면 화 날만 하죠.

제 집사람도 저 때문에, 아이 때문에 팔뚝만큼이나 목소리도 커졌어요.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는 안쓰럽지만, 그렇기 때문에 정이 더욱 깊이 드는 것 같아요. 그래서 아줌마는 무섭지만, 정감이 가는 존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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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줌마가 되면 아무래도 부끄럼이 없어져서 그런거 아닐까요... ㅋㅋㅋ
    • 부끄럼이 없어 지는 이유가 남편, 아이들 때문이라고 생각해 보면 안스러울 때가 많습니다. ^^
    • acecard
    • 2011.10.12 09:58
    한 번은 찜질방 로비에 누워서 잠을 조금 자려고 했는데, 옆에 아줌마들이 시끄럽게 떠드는 소리가 들리더군요. 뭐, 수면실도 아니고 반은 자고 반은 떠드는 곳이니까 그러려니 했죠.
    그런데 제 귓속에 한 번에 6명의 목소리가 들려서 눈을 뜨고 그쪽 아줌마들을 쳐다봤죠.

    정확하게 6명이 앉아 계시더라고요.

    아무도 남의 말을 듣지 않고 자기말만 하는 아줌마의 위업을 느꼈습니다.
  2. 잘 읽었습니다. 처음에는 운영자님 답지 않은(?) 제목에 약간 당황했으나 바로 이해가 되었습니다. 역시.
    가슴 아프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네요. 보통 남자들은 남 의식한다고 못하는 일들을 엄마라는 이름으로 자꾸 대신해주다 보니. 운영자님은 잘해주실 것 같습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시길 빕니다.
    • 재미있게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잘 해 주기는요, 부끄럽습니다. 물구나무님께서도 항상 즐거운 하루 되세요. ^^
    • 싸움꾼
    • 2011.10.13 00:53
    '팔뚝만큼이나 굵어진 목소리'에 자꾸 눈이 갑니다. ㅋㅋㅋㅋ
  3. 여자는 약하지만 엄마는 강하다고 하잖아요 ㅋ


    게임에서 절대 이길수 없는 존재가
    3. 초딩
    2. 방학중인 대딩
    1. 아줌마! 입니다 ㅋㅋㅋ
  4. 그냥 성격이 더러운거 같은데...

    야크님이 막판에 정감이 간다고 하고 닮았다고 하니

    제말이....ㅋㅋ

    아무튼 유경험자는 아니지만

    절대 저런식으로 자식을 키워서는 언제나 큰소리 내는 패턴은 사라지지 않을거고

    자기 혈압만 높아질것에 1표 걸겠습니다.
    • 하하, 주위에 다른 분도 있는데 큰 소리를 내는 것은 안 좋죠. 그런데 애를 키우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언성이 올라 간다고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