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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 만에 약속 지켜 사준 레드빈녹차프라푸치노가 글쎄...

· 댓글개 · 바다야크

언제인지는 기억이 가물할 정도로 몇 년 전의 일입니다. 경리를 보는 직원이 방글방글 커피를 사오겠다며 뭘 마실지 얘기하라고 하더군요. 다른 직원들은 알아 듣지 못하는 이름을 서로 의논하듯 말하는데, 아는 것이 아메리카노뿐이라 아무 생각 없이 부탁했죠. 그런데 가지고 온 커다란 컵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아니, 스타벅스?!! 비싸서 놀랐냐고요? 아뇨, 우리 회사에서 스타벅스까지는 버스로 두세 정거장 거리로 아가씨가 걷기는 좀 거리가 되거든요. 근처에 커피점이 여러 곳이 있는데 왜 그 먼 데를 다녀 왔을꼬? 말을 들어 보니 좋아하는 메뉴가 거기에만 있다네요. 생각나는 김에 다녀왔다고 합니다. 메뉴? 모두 거기서 거기 아닌가?

고맙기도 하지만, 어린 아가씨가 양손에 커피를 여러 개 들고 거기까지 다녀 왔다는 생각에, 다음에는 제가 사준다고 했죠. 그리고 두 번인가 그곳을 지날 때면 그 직원에게 전화해서 사다 주었습니다. 그런데 곤혹스러운 것이 커피 이름을 잘 알아 듣지 못하겠는 거에요. 뭔 이름이 그렇게 길고 발음이 흘러? 다시 묻고 하면서 말을 따라 부르면 스타벅스 직원이(이하 스직) 아! 5^ㅆ(#$ㅎ 이요? 합니다. 다행이다 싶어 전화를 끊지만, 스직이 또 뭘 묻네요. 뭐라는 거야? 아이, 전화 끊기 전에 묻지.

두 달 전인가? 한창 더웠을 때 경리 직원의 도움이 고마워서 뭔가 보답하고 싶은데 딱히 생각 나는 것이 없고 해서 불쑥 스타벅스에서 뭘 사다 줄까 했더니 활짝 웃으면서 불러 주는데 역시 기네요. 다시 물어 보기는 무안해서 아이폰을 건내 주고 써 달라고 했어요. 오호~ 레드빈녹차프라푸치노. 아, 이거로군. 그런데 얘들 이름은 왜 죄다 이 모양일까?

그러나 어찌하다 보니 시간이 훌쩍 지났어요. To-Do 리스트 목록 맨 밑에 웅크리고 있는 레드빈녹차프라푸치노. 오늘은 일부로라도 가서 사줘야 겠다는 생각에 스타벅스에 갔습니다. 그리고 아이폰에 써 놓은 레드빈녹차프라푸치노를 보여 주었습니다.

스직: 손님, 그 상품은 단종됐습니다.

상품이 단종? 무슨 커피가 단종이 돼? 그래서 경리 직원에게 전화를 했더니 전원이 꺼져 있다네요. 이런, 그냥 가자니 지금까지 걸어온 수고가 아깝고.

야크: 저, 이거와 비슷한 맛을 내는 커피 없나요?
스직: 레드빈이 빠진 녹차프라푸치노는 있습니다.
야크: 레드빈?
스직: 단팥이요.
야크: 그거라도 주세요. 아! 큰 컵에, 가지고 가겠습니다.
스직: 크림을 올릴까요?
야크: (크림? 어떻게 한다? 뭐 걷어 내고 먹어도 되니까)  네, 주세요.

그래서 받은 것이 녹차프라푸치노(green tea frappuccino)입니다.

아놔~ 이런 된장. 아니, 이 추운 날에 무슨 얼음 동동 냉 커피야. 아니 그 스직도 그렇지, 상품 단종되었다는 것 보다는 이 추운 날 아이스 커피 아니 녹차인데도 괜찮겠냐고 물어 봐주면 안 되나? 이것을 갖다 줘야 해 말아야 해. 이건 보답이 아니라 골탕인데. 직원 자리에 가보니 없네요. 아, 놓고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버리자니 아깝고. 문자로 맛만 보고 버리라고 보내고는 놓고 나왔습니다. 아우~ 녹차가 싫어질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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